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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수 교수]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벤처가 아니다] 전문가 기고: 2004-07-21 조회수 : 6053

네이버, 다음, 아마존, 야후, 이베이에서 구글까지. 인터넷 없는 삶은 상상하기 조차 힘든 요즘이지만 역사는 채 10년도 되지 않는다. 외환위기로 국가 전체가 휘청거리던 즈음, 벤처기업은 우리 경제의 유일한 탈출구로 받아들여졌고 기업들은 앞다투어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크하며 따라하기 시작했다. 정부 역시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세제 혜택은 물론 직접적인 자금지원에서 코스닥이라는 공개시장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 결과 벤처기업은 21세기의 화두로 받아들여졌고 정보통신분야는 물론 제조업에서 서비스기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기업들이 닷컴으로의 변신을 모색했다. 시작은 장밋빛이었다. 딱히 수익을 올릴 방법이 없는 기업이라도 어느 정도 회원만 확보하면 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외형적인 성장만을 추구하는 기형적 구도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이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회원수보다는 성과가, 수익모델보다는 수익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거품이 걷히고 옥석이 가려졌다. 닷컴 열풍은 사라졌고 시장 흐름을 읽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기술과 기획력을 자랑하는 회사들만이 수익을 올리며 살아남았다. 벤처기업이 풍미했던 지난 10년은 이렇게 마감되었다. 그렇다면 2004년 현재,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어디일까. 앞으로의 10년을 제대로 설계하려면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첫단추는 ‘인터넷은 더 이상 벤처가 아니다’는 점이다. 인터넷 기반 산업은 힘든 시간을 거치며 자생력을 갖게 되었다. 그런만큼 더 이상은 감싸안으며 키워간다는 착각을 털어버려야 한다. 정부는 큰 목표를 정해놓은 채 따라올 것을 외치고 있지만 이는 잘못이다. 현존하는 인터넷 기업들 중 정부의 이같은 육성, 보호덕택에 성장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원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는 될성부른 떡잎들이 꺾이지 않도록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인터넷 기반산업을 제대로 키우고자 한다면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를 보고 뭉칫돈을 쥐어주는 대신, ‘진짜’들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시스템과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차근차근 성장에 가려진 이러한 빈칸을 메워나가려는 노력이야말로 전적으로 정부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포털 역시 책임이 크다. 정보와 콘텐츠 중심의 흐름은 사용자 스스로가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카페, 블로그, 미니 홈피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커뮤니케이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덕분에 포털은 제2의 호황을 맞이하고 있지만 이는 그저 불씨일 뿐이다. 꺼뜨리지 않고 활활 타오르게 하려면 경쟁사의 사용자 뺏기에만 혈안이 된 현재의 구도를 깨야 한다. 외국 기업이 신규 서비스를 오픈하면 앞다투어 따라하는 대신, 사용자를 연구하여 기대를 뛰어넘는 진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태한 자세로 형식적인 지원을 하는 정부, 문만 열어두면 사용자들이 찾을 거라는 포털은 필요치 않다. 달라져야 한다. 한국의 인터넷 산업은 세계 어느 곳보다 앞서가고 있으며 이제는 외국의 기업들이 우리를 벤치마크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벤처를 시작할 때의 뜨거운 가슴을 다시 한번 떠 올리며 길은 우리 스스로가 열어야 하고 이미 답은 나와 있으며 남은 건 실천하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때다. [파이낸셜뉴스] 곽동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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