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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기 교수] 디지털타임스 - 통신사업 구도: 2003-07-01 조회수 : 8066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이 지난 1991년 전문 개정되어 현재의 사업자구도의 틀을 마련한 후 벌써 12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인터넷이용이 활성화되었고 또 미디어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등장하였다. 이른바 광대역 통신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펼쳐지고 있지만 우리 전기통신사업법은 여전히 규제를 목적으로 한 사업자구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정보통신은 1991년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독점시대에서 경쟁시대로 돌입하게 됐다. 당시 법률은 경쟁촉진이라는 기치 아래 여러 종류의 정보통신사업자를 등장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사업자구도를 확정하여 서로 사업영역을 지킬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사정은 분명 변했다. 광대역 통신의 등장으로 정보통신기기 시장이 확대하고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장 흐름에 맞춰 정보통신기업들도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은 네트워크, 콘텐츠, 어플리케이션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고, 새로운 서비스 시스템 하에서 통합된 서비스개발기술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추세와 달리 현행 법제가 정보통신 서비스를 인위적으로 구분함으로써 정보통신기업이 활동영역에 제한을 받는 게 아닌가 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사업자, 별정통신사업자, 그리고 부가통신사업자를 구분하고, 또 기간통신도 유선통신과 무선통신으로 나눠 기업이 영역을 넘나드는 통신사업을 하기가 어렵도록 하고 있다. 현행 정보통신법제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나아가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가 서로의 영역을 허물며, 보다 활발하고 경쟁력 있는 활동을 하는 데에는 더 많은 제약이 있다. 통신과 방송을 구분하는 통신법과 방송법의 엄격한 이분법 체계 때문이다. 이러한 제약들은 광대역 정보통신 환경 하에서 극복되어야 한다. 미디어의 융합은 단순히 방송서비스와 통신서비스의 융합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서비스, 단말기, 콘텐츠 등 여러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운 사업 분야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어떤 형태일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잠재적인 사업들이 앞으로도 출현할 것이다. 연관 사업자들과 수요자의 행동양식이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긴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보통신기업들이 불확실한 잠재적인 사업 분야에 적극 동참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이러한 동참의욕은 새로운 서비스 및 기술 개발을 이루며 국가를 먹여 살리는 기간 산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현행 관련법들이 서비스 및 기술 개발의 원동력이 되는 정보통신기업의 신규사업 참여의욕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일 약간이라도 그러하다면 아무리 통신사업구도, 방송사업구도의 개편을 논의하는 것이 암암리에 금기시되는 분위기가 있더라도 과감히 사업자구도의 개편문제를 포럼의 마당에 올려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솔직히 말하면 방송사업의 구도는 통신사업의 구도보다 훨씬 공고하다. 사회적, 정치적인 입장이 개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업이 바라는 미디어의 융합에 따라 방송과 통신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서비스의 제공은 상당히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도 방송과 통신의 장벽을 허물기까지는 많은 노력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미디어는 융합될 수밖에 없으며 통신서비스와 방송서비스도 함께 제공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것이 수요자의 욕구라는 점은 부인될 수 없다. 이 점에서 먼저 가능한 사항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데, 사업자구도의 면에서 본다면 통신사업자구도의 개편이 아무래도 방송사업자구도의 개편보다는 먼저라고 할 것이다. 통신사업자 구도는 정보통신서비스의 제공이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전 세계를 향해 열리게 된다는 것을 전제로 우리 통신기업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도록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통신사업간 영역을 허물어 전기통신역무의 구분을 단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타임스] 6.26 김은기 한국싸이버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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