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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학과] 알코올 중독자'에서 '재활 치료사'로 - 조선일보: 2010-02-08 조회수 : 11470

노숙인 재활기관 비전트레이닝센터, '전직 노숙인' 채용… 재활상담 맡겨
"중독자 속내 잘 알아훌륭한 역할 모델 될 것"

"마음이 뒤숭숭합니다. 3개월 전 수료하고 나간 김 선생님이 다시 술을 마신다니. 저도 그렇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합니다."

지난 3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용답동 노숙인 재활 전문 기관인 '비전트레이닝센터' 2층. 16.5m²(5평) 크기 방 안에 행색이 후줄근한 사람 11명이 모여 앉았다. 이들은 알코올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노숙인들. 다들 술을 끊지 못해 괴로움을 겪고 있다.

고개를 숙인 채 좀처럼 말문을 열지 못하는 이들에게 센터의 간사 오창식(가명·37)씨가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저 역시 술을 완전히 끊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알코올 중독은 재발이 쉬운 병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나아지죠. 저처럼요." 그러자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오씨는 바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 재기의 발판을 다진 '전직' 노숙인이다. 지난해 2월 센터 정직원으로 채용되면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노숙인들의 재활 상담을 책임지고 있다. 역시 알코올 중독 노숙인 출신 이명준(가명·41)씨도 인턴 직원으로 진행을 돕고 있다. 센터 이경미 알코올재활사업실장은 "이들은 과거 '알코올'이라는 수렁에 빠져본 경험이 있어 중독자들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알코올 재활 프로그램 진행을 맡겼다"며 "알코올 중독을 극복한 훌륭한 역할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자에서 재활치료사로

오씨는 대학을 나와 직장을 다니던 평범한 시민이었다. 하지만 술을 마셨다 하면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셨고, 그러다 보니 직장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회사생활은 할 수 없어 건설 일용직이나 배달 등으로 생계를 꾸려갔다. 가족과 연락도 끊어졌지만 돈이 생기면 술로 낭비했다. 여인숙을 거쳐 만화방에서 잠자리를 해결하다 서울역으로 밀려갔다. 초보 노숙인 생활을 하다 '도저히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노숙자 지원기관인 '다시서기 상담지원센터'를 찾았다.

지원센터는 오씨를 비전트레이닝센터로 보내 치료를 시작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며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는 '치유공동체' 프로그램이다.

오씨는 알코올 중독 집중 치료 프로그램 8개월을 거쳐 직업교육이라 할 수 있는 1년6개월짜리 사회 복귀 프로그램도 이수했다. 이제는 알코올 중독을 어느 정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즈음 스스로 술을 마셔도 적당히 끊을 수 있다고 믿는 이른바 '조절 음주충동'에 빠졌다. 2006년 2월 다시 입에 댄 술은 오씨를 알코올 중독 출발선으로 되돌려놓았다.

새로 시작한 오씨는 전보다 더 독하게 술을 멀리했다. 마침내 2006년 11월부터 2년3개월 인턴 과정을 거쳐 지난해 2월 센터의 정직원이 됐다. 오씨는 "아직도 도망쳐 술을 마시고 싶은 때가 있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도와준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다듬는다"며 "완전히 술을 끊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아침 오늘 하루만큼은 술을 마시지 말자고 결심한다"고 말했다.

◆알코올 상담센터 4곳 운영

4년째 술과 인연을 끊고 있는 오씨는 2008년 3월 한국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부 2학년으로 편입, 내년 2월이면 학업을 마치면서 사회복지사자격증 2급을 딸 예정이다. 인턴으로 오씨를 돕고 있는 이씨도 이 대학 사회복지학과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비전트레이닝센터는 서울시 산하 노숙인 쉼터 39곳 중 유일하게 알코올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 노숙인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고 스스로 문제점을 자각하는 방식을 통해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는 이곳 이외에도 알코올 상담센터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상담센터는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비전트레이닝센터 정호택 소장은 "노숙인들은 대개 알코올 중독이란 수렁에 빠져 앞날을 설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며 직업 기회를 주는 등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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